* 2005년 당시 첫 앨범을 발매한 송영주와 인터뷰를 해보았다.
최근 트리오로그의 앨범이 한동안 한국 연주자의 새로운 재즈 앨범 소식에 목말라 있던 재즈 애호가들을 기쁘게 하더니 이 달에는 송 영주라는 조금은 낯선 피아노 연주자가 우리 앞에 첫 앨범을 선보인다. 앨범 타이틀은 <Turning Point>(EMI). 베이스 연주자 우고나 오케바, 크리스 히긴스, 드럼 연주자 퀸시 데이비스와 져스틴 발크(Walke) 등 보스톤의 버클리 음대시절 친구로 지냈던 연주자들과 함께 녹음했다는 이 앨범은 전통전인 비밥의 이디엄을 계승하면서도 개인적인 색채, 정서로 가득 찬 연주를 들려준다. 이 앨범을 듣자마자 나는 또 다른 한국 재즈의 기대주가 등장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날이 매우 맑은 5월의 평일에 점심 시간을 이용해 홍대 근처의 애프터 아워즈 음반 매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제일 먼저 그녀에게 던진 질문은 그녀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기에 재즈 연주를 어떻게, 언제부터 하게 되었냐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그녀는 한국에서 클래식을 공부하고 CCM쪽에서 라이브 세션 연주자로 활동을 하다가 한계를 느껴 무엇인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국 행을 결정했는데 그 때부터 재즈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때가 1997년이었다고 하는데 이 때까지 그녀는 재즈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저 코드의 진행이 조금 어렵다 싶으면 재즈구나 생각했었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매우 놀랐다. 재즈를 배우며 연주를 시작하고 또 동시에 감상도 시작해야 했던 연주자가 어떻게 7년 뒤에 이렇게 맛 좋은 재즈 앨범을 녹음할 수 있었을까? 남다른 재능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녀는 겸손하게 오로지 연습에 의해서였다고 말한다.
“물론 저도 처음에는 매우 어려웠어요. 눈물도 많이 흘렸죠. 시작 단계에서 학과 내에 다른 친구들이 너무 잘 하니까.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그 전에 연습을 먼저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죠. 그래서 연습을 매우 열심히 했어요. 다행스러웠던 것은 수업이 너무나 재미있었고 연습도 너무나도 재미있었다는 거에요. 그래서 새벽까지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죠.”
앨범에 담긴 송영주의 피아노를 듣다 보면 테마에서 발전시킨 즉흥 솔로 연주가 상당히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리드미컬한 진행을 한다는 것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누구에게서 영향을 받았던 것일까? 그녀에게 주의 깊게 들었던 연주자가 누구인가 물어보았다.
“남들처럼 윈튼 켈리, 레드 갈란드, 허비 행콕, 빌 에반스 등을 좋아했는데 그 중 허비 행콕의 리듬적인 측면이 매우 맘에 들었어요. 그러다가 키스 자렛과 브래드 멜다우에 흠뻑 빠졌어요. 이들이 거대한 재즈의 세계에서 자기만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존경스러웠거든요. 예를 들어 브래드 멜다우의 연주를 들으면 클래식이나 롹의 흔적도 발견되잖아요. 그래서 결국 흑인의 연주를 흉내 내는 것도 좋지만 그 이전에 내 음악은 내가 이전에 듣고 자라온 음악 스타일, 성격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나 자신의 것을 개발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뛰어난 사람은 많잖아요, 하지만 가슴까지 감동이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아요.”
이 말을 들으며 나는 어떻게 그녀의 앨범이 그렇게 멜로디가 풍부하고 완전히 미국적이지 않는 그녀만의 서정미가 담기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앨범의 녹음은 전통적인 50년대 하드 밥 시대의 방식처럼 진행되었다고 한다. 여러 차례 연습을 거쳐 사운드를 다듬기 보다 짧은 일정으로 인해 녹음 당일 서로 만나 그저 눈빛 만으로 하루 동안 녹음을 마쳤다고 한다. 그래서 중간에 미흡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어도 수정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상당히 아쉽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아무런 약속도 없이 스튜디오에서 연주하며 호흡을 맞추어 무엇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맘에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앨범을 들어보면 트리오 멤버의 호흡이나 연주의 전개에 있어서 서로 부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송영주 자신이 원했던 기교를 넘어 무엇인가 하나된 이미지를 발산하려는 의도가 충실하게 반영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녀와의 만남은 아주 짧았다. 하지만 그 짧은 만남조차 이 글은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그러나확실한 것은 학교 강의를 나가면서 오랜 시간 연습하는 삶의 리듬이 깨졌다고 아쉬워하는 그녀, 무엇보다 연주자로서 평생을 살고 싶다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한국 재즈가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그녀의 행보를 따스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