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 Meets Cuba – Klazzbrothers & Cubapercussion (Sony 2002)

두 가지 이상의 상이한 음악들이 만나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크로스 오버(Cross Over), 퓨전(Fusion) 등의 용어들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음악들간의 만남, 결합이 주는 호기심은 여전히 크다. 그것은 비록 방법론적으로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그 결과로서의 음악들은 여전히 들어야 알 수 있는 미지의 대상인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저러한 장르가 빠른 속도로 증식하고 있는 최근의 흐름을 볼 때 이러한 호기심은 그 경우의 수가 다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무수한 이종교배의 실험들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던 경우는 극히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만약 현재 크로스 오버, 퓨전 등의 용어가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그 방법들의 유효 기간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 대부분의 결과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국내에 소개되는 Klazzbrothers & Cubapercussion의 <Classic Meets Cuba>는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다른 스타일로 연주되는 클래식이라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던 것이기에 그 시도 자체는 그렇게 특별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무척이나 의외로 흥미로운 시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클래식과 쿠바 음악이라는 두 항목이 그렇게 쉽게 섞이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와 테마들의 교차로 이루어지는 클래식 곡들이 화려하고 흥겨운 리듬 중심의 음악과 만난다는 사실은 분명 그 결과에 호기심을 둘만한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이 앨범을 맛본 독일의 많은 감상자들은 이 앨범에 상당한 호응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재미있는 시도의 출발은 연주 그룹의 이름처럼 연주자들간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는 킬란 포레스터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토비아스 포레스터 형제는 각각 드레스덴 오케스트라의 베이스 연주자와 콘서트 피아노 연주자로서 클래식 계에 단단히 발을 굳히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재즈 연주 활동을 동시에 하고 있다. 여기에 드럼을 담당하고 있는 팀 한 역시 클래식과 대중 음악 세션을 주로 하고 있는 인물이다. 바로 이 세 독일 연주자들이 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활동을 위하여 결성한 그룹이 Klazzbrothers가 된다. 한편 두 명의 쿠바 출신의 타악기 연주자 알렉시스 헤레라 에스테베즈와 엘리오 로드리게즈는 그 유명한 Compay Segundo부터 아르투로 산도발, 티토 푸엔테 등의 쿠반 재즈 연주자들과 활동을 했던 연주자들이다.

이번 앨범은 Face To Face라는 앨범 타이틀이 의미하는 것처럼 클래식과 쿠바 음악을 일대 일(Face To Face!)의 동등한 입장에서 만나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음악적 분위기로만 본다면 앨범은 클래식과 쿠바 음악의 일대 일 혼합이 아니라 화려한 쿠바 리듬 위에 바하, 베토벤, 모차르트, 쇼팽 등의 유명 클래식 작곡가들의 귀에 익은 주제 선율들이 적절히 변용되어 나가는, 그래서 밝고 낭만적인 쿠바 음악의 분위기가 더 잘 느껴지는 그러한 혼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쿠바 연주자들의 존재감이 더 강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피아노를 연주하는 토비아스 포레스터가 전 곡의 편곡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주로 활동하고 있는 클래식을 벗어난 정서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쿠바 음악을 강조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앨범을 차근차근 감상해 보면 이들이 두 스타일의 음악을 형식적으로 결합, 교차시키려 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네 같은 일반인이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정서적 공감대를 두 스타일의 음악에서 발견했고 이것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려 했다고 생각된다. 실제 앨범의 첫 곡 “Mambozart”같은 경우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이 지닌 활력이 쿠바 음악의 경쾌함과 적절하게 맞물리고 있으며 브라암스의 자장가를 연주한“Guten Abend”같은 경우는 쿠바의 수도 하바나의 무더운 여름 밤의 정적이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편 바하의 무반주 첼로 조곡 1번의 첫 번째 곡을 연주한 “Preludio”는 비록 그 길이는 2분이 채 안 되는 짧은 곡이지만 앨범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짓는 대표 곡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곡은 베이스와 콩가의 듀오 연주곡으로 베이스는 아르코 주법이 아닌 피치카토 주법으로 선율을 타악기적으로 표현해 나가고 콩가는 이에 맞추어 악보의 모든 음들을 대위적으로 연주해 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기막힌 역할의 공유, 정서적 공감으로 독특한 음악적 효과를 만들어 낸 좋은 예라 하겠다.

한편 이 앨범에는 클래식과 쿠바 음악 외에 제 3의 스타일이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재즈적인 느낌이다. 사실 이 앨범에서 재즈 특유의 자유로운 즉흥 연주는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재즈적이라고 언급을 하게 되는 것은 클래식과 쿠바 음악이라는 섞이기 어려운 두 음악들의 결합이 결국에는 재즈의 기원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재즈는 그 탄생부터 전통적인 유럽 고전음악과 아프리칸 음악의 결합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던가? 게다가 앨범에 참여한 두 연주자들이 클래식과 쿠바 음악으로 나뉘어지지만 반면에 공통적으로 재즈 연주를 하고 있다는 것은 시작부터 이들이 재즈적인 면을 그 결과로 어느 정도 고려했음을 생각하게 한다. 혹자는 클래식과 쿠바 음악의 만남이 재즈로 귀결된다는 것에 적잖은 실망을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한다면 이 앨범 전반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활기와 명확한 선율적 느낌은 바로 이 재즈적인 맛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재즈가 두 상이한 음악 스타일의 결과로서 드러난다고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이 앨범을 재즈 앨범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클래식과 쿠바 음악과 그리고 재즈가 조화로이 공존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 (이를 보다 더 발전시킨 것이 2003년에 발매된 앨범 <Jazz Meets Cuba>다.)

음악에서의 크로스 오버, 퓨전은 약을 조제하듯 일정 성분비를 무조건 따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두 스타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정서적 공감이 선행되어 연주자들의 마음 속에 이미 두 스타일 중 어느 것도 아닌 다른 무엇이 만들어졌을 때 가능한 것이다. 사실 이 다섯 연주자들의 시도에 대해서는 여러 상이한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결과로 산출되었고 그 속에 각 연주자들의 깊은 상호 이해와 공감이 느껴진다는 것은 다른 어느 것도 부정하기 어려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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